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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고통, 칼 안 대고 간단히 치료! | ||
등록일 2010-02-17 | ||
[최영철 기자의 클리닉 톡톡TALK!] 지긋지긋한 고통, 칼 안 대고 간단히 치료! [주간동아] 이연희(47) 씨는 설만 되면 조심스럽다. 지난해 설 연휴에 짐을 들다 급성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 허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튼튼병원의 도움으로 칼 하나 안 대고 회복됐다. 이씨가 받은 시술은 비수술 치료법인 경막외강 감압신경성형술. 10분 정도의 시술이 끝난 후 몇 시간 만에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통증도 사라지고 일상생활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씨는 “이렇게 좋은 치료법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서울 튼튼병원 이창인 원장은 “명절 연휴가 끝나면 요통을 호소하는 주부가 늘어난다. 이 중 증상이 심한 급성 디스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리치료나 수술 외에 대안이 없었지만, 현재는 비수술 치료법이 개발돼 꼭 수술받아야 하는 5%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술법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다르고 특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를 찾아 제대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무중력 상태 치료, 운동요법 척추근육 강화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스프링 기능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밖으로 튀어나와 척추신경을 누르는 질환인데, 과거의 보전적 치료법은 진통제나 근이완제 같은 약물을 처방하거나 찜질로 근육을 이완하고, 견인치료로 디스크 사이를 넓혀주는 등의 소극적 치료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첨단 과학기술을 의학에 접목하면서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중 주목받는 치료가 무중력의 원리를 이용한 무중력 감압술로, 통증의 원인인 척추관절에 강력한 힘을 가해 부분 무중력 상태로 만들면 해당 부위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튀어나왔던 추간판이 정상 위치로 돌아가고 수분, 혈액, 영양소가 원활히 공급돼 치료를 돕는다. 척추가 무중력 상태가 되면 척추 사이의 추간판이 통통해지면서 키가 커지는데,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에서 키가 3cm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창인 원장은 “척추관절 속의 압력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견인치료와 비슷하지만, 기존의 견인치료가 문제 부위를 선택적으로 견인하지 못하는 단점을 극복하고 필요한 병변 부위만 집중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치료시간은 30분 정도로 무중력 감압기 위에 편히 누워 치료를 받기 때문에 치료 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 무중력 감압술은 4~6주간 약 20회 받는데, 몸에 무리를 주지 않아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는 물론 만성 허리디스크,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 모두 치료가 가능해 많은 이에게 적용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속의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도 같은 원리로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 극심한데 수술 불능이라면 성형술 추천
요통치료를 받고 돌아서면 재발한다고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환자의 척추 주변 근육이 약할수록 재발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체중이 전체 근육으로 분산되지 못하고 척추에만 쏠리게 된다. ‘휴버 시스템’은 이런 척추 근육을 단련시키므로 요통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운동장비는 일반적 운동으로는 자극하기 어려운 척추 속 기립근을 강화해 척추로 가는 무게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관절 주변 근육을 단련시키고 유연하게 만들기 때문에 경직된 관절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데도 효과적. 신체의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길러줘 노인들의 낙상 예방 운동처방으로도 사용되며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 하반신마비 등의 치료와 뇌졸중 후 균형감각의 향상에도 적용된다. 약 30분간 4가지 코스에 따라 움직이면 되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20회 정도 시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보전적 치료로 6개월 넘게 치료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수술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하지는 않지만 통증이 극심한 경우, 수술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이 극에 달한 경우에는 감압신경 성형술과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두 시술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간 다르게 적용되며, 시술 방법에 차이가 있어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한다.
감압신경 성형술은 약 1.06mm의 특수 카테터를 주삿바늘을 통해 꼬리뼈에 삽입, 약물을 환부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추간판이나 척추관에 들러붙은(유착된) 척추신경을 분리한다. 신경에 대한 압박이 감소하면서 염증이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이 시술은 각 척추조직의 손상으로 생긴 염증이나 흉터가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통증에 주로 적용되는데 급성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외상으로 인한 수핵팽륜증(디스크가 부풀어 오름)에 효과적이다. 또한 척추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이와 달리 고주파 수핵(디스크)성형술은 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해 추간판의 일부를 제거함으로써 신경을 누르는 압력을 직접적으로 낮춰준다.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에 빈 곳이 생기면 수축, 응고 작용이 일어나면서 튀어나온 디스크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되면 하체로 전달되는 신경에 대한 압박이 줄면서 통증이 완화된다. 기존의 레이저를 이용한 감압수술보다 성공률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레이저 시술은 200~300도의 높은 온도로 추간판(수핵)을 태우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조직의 유착을 일으킬 위험이 큰 반면, 고주파 성형술은 50도 내외의 낮은 온도를 사용하는 까닭에 유착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 원장은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 추간판이 50% 이상(약 5mm) 터져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인데, 누워서 다리를 들었을 때 60~80도로 올릴 수 있다면 고주파 수핵성형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튀어나온 추간판이 말랑말랑한 연성이 아니라 퇴행성 변화로 딱딱하게 굳었을 경우에는 시술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는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로 추간판 내부를 확인하고 감압신경 성형술을 받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압신경 성형술이나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절개할 필요가 없고, 인체에 부담이 적기 때문에 시술 후 바로 걷거나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수술 후 회복기간이 부담스러운 직장인이나 수술을 꺼리는 노년층에게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튼튼병원은 그동안 경기도 안산에서 척추 질환만 연간 2000사례 이상 비수술 치료를 해온 척추 및 관절 치료병원. 올 1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제2 병원을 개원해 더 많은 척추 질환자에게 첨단 비수술 치료의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